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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성공사례

(2) -소셜청년 이대환- 친구가 추천해준 페이스북 광고… 기존 인터넷보다 구매율 4배

친구가 추천해준 광고… 기존 인터넷보다 구매율 4배 
기업들 앞다퉈 입점·광고… 페이스북은 막대한 수수료 수입 
실명 고집… 이용자 신뢰가 자산, 전 세계 8억명 소비자 보유한 '거대한 유통점'이기 때문

지난 1일(현지 시각) 페이스북(facebook)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신청했다. 이르면 올 4월에 실제 상장이 이뤄진다. 페이스북은 이번 상장을 통해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이 2004년 기업공개 때 조달한 16억7000만달러의 3배가 넘는 금액이다.

추정되는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무려 1000억달러(111조8000억원). 페이스북에 세계의 부(富)가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스북의 경영 철학은 '해커 정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에 위치한 페이스북 본사 정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핵(HACK)'이라는 커다란 문자 디자인이다. 이 단어는 타인의 컴퓨터에 침입하는 해킹을 의미하기도 하며, 비정상적인 방법이지만 매우 효율적인 컴퓨터 문제 해결 능력을 뜻하기도 한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27)는 IPO 서류에 포함된 미래 투자자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페이스북의 정신을 이른바 '해커 웨이(Hacker way)'라고 말했다. 저커버그는 "해커 정신은 지루한 논쟁이 아니라, 컴퓨터 엔지니어들이 직접 실천하며 실험하며 무엇인가를 재빨리 만들어 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드는 논쟁을 이긴다(code wins arguments)"라고 말했다. 코드는 컴퓨터나 네트워크의 문제 해결을 위해 만드는 실천을 뜻한다. 페이스북은 젊고 빠르게 움직이는 기술 기업이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기술이라면 무엇이든 빠르게 만들어 제공할 것이란 뜻이다. '사악하지 말자(Don't Be Evil)'라는 다소 사회적인 담론을 내건 구글과는 다른 길이다.


◇8억명이 만들어가는 신(新)경제권

세계가 주목한 페이스북의 파워는 경영 철학보다는 막강한 인터넷 경제권에 대한 장악력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는 8억4500만명. 이보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매일 페이스북을 쓰는 열성적인 이용자가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4억8300만명이란 점이다.

페이스북이 이를 통해 버는 돈은 37억1000만달러(2011년 매출 기준·약 4조1500억원)다. 순이익은 10억달러다. 4조원대 매출 기업이 100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두고 IT 버블 논쟁이 붙기도 했다.

미국의 한 증권사는 한 술 더 떠 페이스북의 시가 총액이 2015년에 2340억달러(26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글의 시가총액인 2000억달러를 넘어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기대를 받는 이유는 페이스북이 스스로 새로운 경제권을 창출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인터넷을 이름없는 정보의 공간에서 인간과 인간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바꿨다. 페이스북은 이를 '소셜디자인'이란 개념으로 설명한다. 페이스북의 겐 로즈 파트너십담당 부사장은 "기존 인터넷은 정보를 중심으로 움직였지만, 우린 소셜디자인의 개념에서 인간을 중심에 놓은 인터넷 세상을 그리고 있다"고 했다.

구글이 주도한 인터넷 세상은 사이트와 사이트, 정보와 정보 간 '링크'라는 형식의 웹(Web)으로 이뤄졌다. 유럽 여행을 원하는 사람은 구글에서 특정 도시를 검색했고, 구글은 이와 관련한 좋은 기행문과 현지 사진들을 보여줬다. 여기에 항공사나 여행사의 광고 정보가 따라붙는다. 누가 검색하든 결과는 같다.

페이스북은 다르다. 페이스북은 서로 얼굴을 보여주는 이용자들끼리 맺어진 친구 관계가 전 세계로 확장된 형태로 웹을 형성했다. 여행을 갈 때도 친구 관계를 맺은 다른 네티즌에게 물어본다. 신뢰하는 지인이 추천하는 정보라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가 나온다. 자신과 비슷한 취향의 지인이 추천하는 맞춤형 정보다. 모르는 사람이 쓴 글이 주지 못하는 신뢰라는 새로운 가치가 있다. 소셜디자인에선 인간을 통해 정보가 흐른다.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실제 세계와 유사하게 서로 구매 정보를 교환하고 영화를 추천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커뮤니티다. 단지 의사소통 통로가 인터넷일 뿐이다.

이를 통해 페이스북은 구글의 한계를 넘었다. 구글은 검색에 의존하기 때문에 주로 정보의 유통에 머물렀다. 페이스북은 이용자 간 정보 교류 방식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사진·게임·음악·영화와 같은 콘텐츠 유통은 물론이고 일반 제품의 판매처 역할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페이스북은 마치 국가가 자국 울타리 안의 기업과 국민에게 각종 세금을 거둬가는 것처럼 국적 없이 모여든 수억명의 이용자들에게 광고를 보여주거나 물건을 파는 업체에서 판매 수수료를 받는다.








◇'좋아요' 버튼이 만드는 광고의 힘

페이스북은 "기존의 인터넷 배너 광고와 비교할 때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추천해준 광고는 2배의 인지도와 4배의 구매율을 보인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네티즌 스스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친구 관계를 맺는다. 결국 같은 취향을 가진 네티즌끼리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기업 입장에선 특정 제품에 딱 맞는 소수의 타깃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매력적인 대목은 이런 타깃층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서 상품 광고를 찾아온 다음 비슷한 소비자에게 이를 다시 퍼트려 준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페이스북에 자신의 페이지를 만든다. 해당 기업을 좋아하는 A씨가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와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자신의 페이지와 연결한다. 이 순간 이 이용자와 친구 관계에 있는 수백~수만명의 네티즌에게 "당신이 아는 A씨가 이 기업을 좋아한다고 하네요"라는 통지문이 전달된다. A씨에 대한 신뢰가 해당 기업에도 이어진다.

기업이 특정 상품 광고를 올리면, A씨가 '좋아요' 버튼을 누른다. 역시 이 이용자의 친구 페이지에는 "A씨가 어느 기업의 상품이 좋다고 했다"고 뜬다.

소비재를 만드는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주요 기업들이 페이스북에 뛰어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들에게 페이스북은 전 세계 8억명의 소비자를 보유한 거대한 유통점인 셈이다.

페이스북의 더 큰 잠재력 수익원은 수수료다. 전 세계 영화·음악·게임회사를 페이스북 안으로 끌어들여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팔게 하고 수수료를 받는다. 실제로 작년 페이스북의 수익 중 11%는 게임업체 징가에서 나왔다. 징가는 페이스북 이용자에게 게임을 제공해 돈을 벌고, 페이스북은 수수료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본 영화나 음악을 실시간으로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영화·음악업체 입장에선 자사 콘텐츠의 홍보와 동시에 직접적인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페이스북의 무기는 데스크톱·노트북과 같은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이다. 컴퓨터는 주로 업무용이지만, 스마트폰은 소비자에게 가장 개인적인 기기다. 24시간 소비자와 항상 함께 있는 광고판이자, 콘텐츠 판매대인 셈이다.

페이스북은 작년 3월 이스라엘의 스마트폰 관련 기술 업체를 인수했다. 목표는 신흥국에 보급되는 저가 휴대폰에서도 고가의 스마트폰 수준으로 페이스북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다. 페이스북 이용자를 10억~20억명까지 늘리려면, 인도·중국과 같은 신흥국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커머스 시대의 등장

작년 P&G와 같은 미국 대형 소비재 업체들이 앞다퉈 페이스북 안에 상점을 열었다. 오프라인 업체들이 인터넷 시대에 온라인 판매에 나섰듯이 이번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꽃배달업체인 '1-800플라워즈'다. 이 회사는 2009년 페이스북에 상점을 차리고 결제 기능을 넣었다. 페이스북에는 친구의 생일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생일에 친구에게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는 건 페이스북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1-800플라워즈'는 페이스북에서 꽃다발을 선택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해 친구에게 곧바로 생일 선물을 보낼 수 있게 했다.

영국의 명품 의류 업체인 버버리도 페이스북을 통해 시장을 확장했다. 2009년 '아트 오브 더 트렌치(Art of the Trench)'라는 페이스북 사이트를 만들었다. 버버리의 모토는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람들은 각각 스토리가 있다'는 것. 세계 각국의 고객들이 직접 트렌치코트를 입은 사진을 올려 공유하도록 했다. 3살짜리 금발 아기부터 중년 여성까지 200여개 국가의 고객들이 자신의 옷맵시를 자랑하는 사진을 올렸다. 이는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좋아요' 버튼을 통해 퍼져나갔다. 1420만 페이지뷰를 기록했고 버버리는 2009년에 매출이 7% 늘었다.

◇'실명(實名)'에 집착… 이용자들의 신뢰가 가장 큰 자산

'악마의 시'를 쓴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는 작년 11월 페이스북 계정이 중지됐다. 실명을 안 썼기 때문이다. 살만 루시디는 필명이며, 실명은 아마드 루시디다. 그는 페이스북 측에 여권 사진을 보내 본인임을 확인한 뒤 다시 자신의 페이지를 되찾았다. 계정의 이름은 '아마드 루시디'로 바꿔야 했다. 맬러리 루시치 페이스북 대변인은 "온라인에서도 실제 세상에서 하는 것처럼 의사소통하는 것이 좋다는 게 우리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8년 전 출범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실명 사용 정책을 펴왔다. 가짜 이름을 담당하는 팀까지 두고 자동 시스템을 통해 스팸메일 업자나 신분을 속이는 이들을 감시한다.

인터넷을 통한 인간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상대방이 '진짜'인지를 알 수 없다는 점. 페이스북은 실명을 쓰도록 해, 이용자들이 더욱 책임을 지고 글을 쓰도록 한다. 콘텐츠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이용자들이 익명의 해외 이용자를 만날 때도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상의 공간에서도 실제 생활과 똑같은 공간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출처 : 조선일보